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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보

[산업일보][ZOOM] 새로운 대체 에너지, 셰일가스

[ZOOM] 새로운 대체 에너지, 셰일가스
풍부한 매장량과 넓은 분포지역 기반…에너지시장 판도 변화 예고

셰일가스가 세계 에너지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석유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세계 에너지 수급이 풍부한 매장량은 물론 대륙별 고른 분포로 기존 산유국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대응전략을 마련, 현재 추진 중이고 민간기업에서도 셰일가스를 도입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구체적인 변화가 태동 중이다.


최근 SK E&S가 미국 프리포트 LNG사와 천연가스 액화서비스 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민간기업으로 최초의 셰일가스 도입 사례가 됐다. 그동안 ‘제3의 에너지’로 불리면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안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셰일가스의 도입이 국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

특히 석유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석유부존국가로 그동안 중동 국가에 의존해왔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국가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일 수밖에 없다.

셰일가스, 풍부한 매장량과 고른 분포로 주목

그동안 대체에너지원으로 인식되던 신재생에너지는 8~30%의 낮은 발전효율성이, 원자력은 위험성이 문제가 되면서 셰일가스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셰일가스(Shale Gas)는 진흙이 수평으로 퇴적된 후 탈수돼 굳은 진흙 퇴적암층(Shale)에 함유된 천연가스로 치밀가스(Tight Gas)와 석탄층가스(Coalbed Gas) 등과 함께 주요 비전통가스 중 하나다.

비전통가스는 유전, 가스전에 농축돼 있지 않고 암석층에 산포돼 수직시추 방식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지층에 포함된 가스를 총칭하며,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에 저밀도로 분포하고 있어 다수의 시추공을 뚫어 수평시추, 수압파쇄 등의 공법으로 채취하게 된다.

 

 [그림 1] 셰일가스의 매장 위치


[그림 2] 전통가스와 비전통가스의 특징


현재 셰일가스의 가채매장량은 7,299조㎥로 추정된다. 이는 전통가스 확인매장량 7,361조㎥와 비슷한 수준으로 향후 59년간 사용 가능한 양이다. 특히 여기에는 러시아, 중동 지역은 포함되지 않아 향후 이들 지역의 매장량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셰일가스 가체매장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셰일가스는 중동(41%) 및 러시아(24%) 지역에 집중된 전통가스와 달리 각 대륙에 널리 분포돼 있어 에너지 공급 안전성 확보면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에너지 수요가 높은 중국과 미국의 매장량이 높은 편으로, 미국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중국 1,115조㎥, 아르헨티나 802㎥, 알제리 707㎥, 미국 665㎥, 캐나다 573㎥, 멕시코 545㎥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동에서 북미로의 에너지 흐름이 약화되고 중동-아시아, 러시아-아시아의 에너지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강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흐름이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많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천연가스 생산 중 셰일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3%에서 2035년 49%까지 확대될 전망이어서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가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의 55%, 석유의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생산과정에서 ▲수압파쇄 화학물질로 인한 수질오염 ▲다량의 용수사용으로 인한 수자원 고갈 ▲가스방출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 ▲지진 야기와 같은 환경문제와 함께 ▲상대적으로 비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친환경적이고 대중이 수용할 수 있을 만한 비전통가스 개발원칙(Golden Rule)을 제시하기도 했다.

채굴기술 개발에 힘입어 경제성 확보

셰일가스는 1800년대 이미 발견됐으나 경제성이 낮아 개발이 어려웠다가 2000년대 들어 시추기술(수평정시추, 수압파쇄)이 발전함에 따라 대량 생산 계기가 마련됐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은 1998년 일일 2,800만㎥에서 2008년 4,100만㎥로 미국 내 천연가스 총 생산량의 1.9%에서 8.9%로 급신장했고, 북미 셰일가스 탐사 및 개발 단가는 2007년 1,000㎥당 73달러 수준에서 2010년 31달러로 낮아졌다. 전통가스 개발단가는 46달러임을 감안할 때 약 67% 수준인 셈이다.

한편, 셰일가스 개발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 하락, 신재생에너지 개발 약화, 셰일가스 가격 상승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셰일가스 생산량이 증대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기타 에너지원을 천연가스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셰일가스는 석유, 석탄 등과 같은 전통적 에너지원 사용설비와 호환이 용이한 편으로 한 예로 1997년 발전용 천연가스 소비는 4조ft³에 불과했으나 2011년에는 약 2배로 늘어나 천연가스 최대 소비분야가 됐다.

둘째, 셰일가스 개발로 값싼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돼 신재생에너지 개발 유인이 약화됐다. 셰일가스 공급 증가로 전통적인 대체에너지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또한 바이오연료 등 신재생에너지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신재생에너지로의 소비 전환은 천연가스로의 전환에 비해 설비를 전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셋째, 일각에서는 셰일가스 수요 급증으로 셰일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근시일내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추세대로 셰일가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 가격이 상승해 값싼 가격이라는 셰일가스의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셰일가스 개발 현황

미국은 가채기술의 상용화 실현과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전 세계 셰일가스 생산량의 91%를 생산하며, 석유화학산업을 포함한 제조업의 발전과 고용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천연가스 순수입국이었던 미국은 2005년부터 셰일가스를 본격 생산하며, 2009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EIA에 의하면 미국의 천연가스 순수입은 2009년 6,000만 톤에서 2035년 3,100만 톤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가스발전의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미국내 가스 발전 플랜트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58개가 건설될 예정이며, 현재 미국은 세금감면 혜택, 담보대출 제공, 천연가스 차량 고속도로 통행비 면제 등 연방 및 주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정책을 시행하며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은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으로 올해 128억 위안(약 2조1,000억 원)을 탐사 및 매장량 조사에 투자하고, 미국 글로벌 기업과 공동개발사업 추진, 기업인수 및 자산매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등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셰일가스 발전계획(2011~2015)’(2012. 3. 중국에너지관리국)을 수립하고 2015년까지 65억㎥ 규모의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의 에너지협력을 강화하고 민간투자를 통한 개발이 가능토록 했으며(16개 업체에 19광구의 탐사권 부여), 외국인투자산업지도 목록에 셰일가스 탐사 및 개발 사업을 장려 산업으로 지정해 설비 수입 시 관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우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은 EU 환경장관회의에서 지하수 오염 등 환경 파괴 논란을 빚는 수압파쇄 방식의 셰일가스 개발을 허용하는 방침이 통과됐으나(2013. 7), 일부 국가는 개발을 불허하고 있다. 현재 영국,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스페인 등은 셰일가스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미흡한 편이고, 프랑스, 불가리아 등은 환경문제 등을 우려해 개발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남미는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멕시코, 아르헨티나 같은 대규모 셰일가스 보유국들은 자국 에너지 자립과 경제 개발을 위해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동 등 세계 최대 가스수출국이자 기존의 전통가스 공급국은 영향력 약화를 대비해 시장점유율 유지에 노력 중이다. 

 

한국, 셰일가스 개발․도입에 적극적

한국은 ‘셰일가스 개발․도입 및 활용전략’을 수립(2012. 9. 6, 지식경제부), 2020년까지 국내 LNG 도입량의 20%를 셰일가스로 확보하고 자주개발물량 중 셰일가스의 비중을 20%로 확대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 전략에 따르면 ‘셰일가스 민관협의회’ 운영(위원장 에너지자원실장)을 통해 공기업․민간간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가스개발-액화플랜트 건설․운영-수송․도입’을 연계한 ‘한국형 셰일가스 개발 모델’을 구축하고, 국내 기업과 북미 에너지기업과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정부간 협력채널 및 교류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셰일가스 투자 확대를 위해 석유공사․가스공사의 투자재원 확충을 추진하고, 민간에 대한 수출입은행 여신 확대, 무역보험공사의 투자위험보증 확대를 통한 펀드 지원, 해외자원개발융자사업 개편 등을 추진하게 된다.

확보된 셰일가스의 탄력적 활용을 위해 국내 소요물량 외 잉여물량에 대한 트레이딩을 허용하고 가스공사․민간의 국내 LNG 저장시설 확충도 추진한다.

한편, 정부는 2017년부터 20년간 매년 280만 톤의 LNG를 도입하는 구매계약을 미국과 체결했으며, 민간업체는 셰일가스 부산물로 나오는 LPG 총 35만 톤을 2014년에서 2015년까지 미국으로부터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5개 업체가 미국 5개 광구, 캐나다 3개 광구에서 셰일가스를 개발, 생산 중에 있다.

정부, 산업, 기업 차원의 대응전략 수립 필요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자료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물론 연관산업에 이르기까지 지각변동을 초래할 정도로 그 파급효과가 크므로 정부, 산업,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공급원 확대와 수급관리를 포함한 국가 에너지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 역시 산업별 미치는 영향을 전망하고 수혜업종과 피해업종에 대한 자구책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 강국들이 저렴한 에너지 생산국이 될 경우 중화학공업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제조거점이 재배치되는 등 글로벌 입지환경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 가스 가격이 하락할 것이므로 가스연료 수송수단(자동차, 버스, 기차, 선박, 비행기 등)과 가스 발열소비재 시장이 발달할 전망이다.

기업은 셰일가스 본격 개발에 대비해 철강, 조선, 자원 개발, 기계 산업 등 관련 업종은 수출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내부 제조공정의 연료다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고의 매장량을 가지며 수입관세 면제로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중국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유정용 강관, 펌프 등의 장비제품 수출 호재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국내 셰일가스 도입확대로 인해 가스 가격이 낮아질 경우에 대비해 보유한 제조공정을 가스연료 사용공정으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

한편, KOTRA 자료에 따르면 셰일가스 관련 인프라에 대한 수요 증가로 국내 철강, 기계, 조선, 자동차 산업은 시장 확대가 기대되지만, 석유화학 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 대외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철강 산업은 셰일가스 생산에 필요한 철강 파이프 및 튜브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대미 수출이 증가하고 있고 실제 국내 철강 산업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2008년 11%에서 2011년 27.6%로 증가했다.

기계·플랜트 산업은 셰일가스 생산설비에 필요한 산업용 감속기, 가스압축기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기술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는 국내 채굴기계 산업의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가스의 저장 및 운송을 위한 기화·액화 과정에 사용되는 기계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 산업은 셰일가스의 국제 거래가 확대돼 가스운송 산업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LNG 수송선의 대규모 신규 발주가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은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연료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대형차 분야에서 CNG 자동차 개발과 판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미국 석유화학 산업은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저렴한 원료를 통해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부흥기를 맞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석유부산물인 값비싼 나프타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원가 측면에서 불리해 가격경쟁력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조명의 기자 cho.me@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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