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車 부품 바라보는 글로벌 업체들의 달라진 눈
국산 자동차 부품 수출, 20년 새 50배↑
지난 20년 사이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수출액이 50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국산 자동차부품이 한국 수출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품목별 수출입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46억 달러, 무역흑자는 197억 달러를 각각 기록하며 나란히 3년 연속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수출액은 한국무역협회가 주요 품목별 공식 수출입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7년 1,100만 달러에 견줘 35년 새 2,240배 가량 늘었고, 무역수지는 1억1,400만 달러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환골탈태했다.
車 부품 수출 증가율, 주요 품목 앞질러
작년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011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가 들여온 천연가스 수입액(239억 달러)과 맞먹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국내로 들어온 쌀, 밀, 보리, 밀가루 등 모든 곡물과 사과, 배, 키위 등 모든 과일의 총 수입액(194억 달러)을 상회한다.
1990년대 이전까지 국산 자동차부품 수출은 꾸준히 늘었지만 증가 속도는 완만했다. 대표적인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완성차 수출액이 1977년 2,300만 달러에서 1992년 28억4,800만 달러로 120배 이상 늘어나는 동안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1,100만 달러에서 5억800만 달러로 46배 증가에 그쳤다. 자동차부품 수출 증가율이 완성차 수출 증가율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던 셈이다.
그러나 1990년대 접어들면서 자동차부품은 지속적으로 수출을 늘려갔고,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해외 생산기지 건설, 해외 업체들의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수출 증가율은 급격히 높아졌다.
실제 1992년 5억 달러를 소폭 웃돌았던 자동차부품 수출은 지난해 246억1,000만 달러로 20년 새 50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자동차,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무선통신기기, 철강판, 합성수지 등의 수출액이 6~34배 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자동차부품 수출액 증가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무역흑자 규모에서도 자동차부품은 지난 1992년 5억 달러 적자에서 지난해 19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지난 20년 동안 자동차부품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급증한 것은 1990년대 이후 국산 자동차부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점진적으로 향상되면서 해외 주요 업체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해외 인지도 제고와 함께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부분도 국산 자동차부품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데 힘을 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기아차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 통상마찰의 소지를 없애고,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선진국과 신흥국을 망라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완성차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한국산 자동차부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금 주목 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美·中·日·獨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생산국으로의 수출 크게 늘어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성장세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생산국과의 교역 추이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작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으로의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44억5,8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수출액이 수입액(12억9,900만 달러)을 3.4배 이상 웃돌면서 무역흑자도 역대 최대인 31억5,800만 달러에 달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2012년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56억4,200만 달러였던 반면 수입액은 3억6,600만 달러로,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무역흑자는 단일 국가 최대인 52억7,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과거 우리 기술력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해 보였던 일본과 독일에서의 선전은 한층 눈길을 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현지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독일과 일본은 현지 업체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 1992년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업체의 일본 수출액은 7,000만 달러에 그쳤다. 같은 해 수입액은 6억100만 달러를 웃돌아 수출액 대비 수입액 규모가 8배를 상회했다.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국내 자동차부품의 대일본 수출이 증가해 지난해 수출액은 7억8,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11억4,700만 달러였다. 그 결과 자동차부품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1999년 이후 가장 적은 3억6,700만 달러에 그치는 등 무역수지 균형을 눈앞에 뒀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지난달 26일자 ‘차부품, 한국산 수입 급증 일본산 수출 감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부품 수입이 늘고, 일본 부품 수출이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자동차부품 무역수지가 균형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0년대 초반, 수입액이 수출액의 18배를 웃돌기도 했던 독일 역시 지난해 수출입 격차는 2.4배 수준으로 좁혀졌다. 무역적자 규모는 여전히 4억 달러를 웃돌고 있지만, 독일 주요 업체들의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는 갈수록 좁혀질 것이 확실시 된다.
한국 완성차 업체 인지도 제고와 국내 부품업체의 품질 개선 노력 등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부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GM브라질 제1공장에서 한국 자동차부품 업체 29개사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한국 자동차부품 전시상담회’에 GM브라질 현지법인 구매담당자와 1차 부품협력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또 브라질 자동차 시장 1,2위를 달리고 있는 피아트, 폴크스바겐 담당자들도 가격대비 품질경쟁력이 뛰어난 한국 자동차부품 구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1월에는 세계 최고 스포츠카 생산업체인 포르쉐가 독일 포르쉐 개발센터에서 우리나라 9개 자동차부품 업체를 대상으로 ‘한국 자동차부품 전시상담회’를 열었다. 지금껏 한국 자동차부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포르쉐가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만을 대상으로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자동차부품의 높아진 경쟁력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전시장에서 열린 KEPAP(Korea Europe Premium Autoparts Partnership) 행사에는 국내 50여 부품사와 유럽 주요 완성차 관련 업체 150여사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는데, 포르쉐는 이 행사에도 구매책임자 10여명을 파견했다.
유럽과 남미 외에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주요 국가들도 한국산 자동차부품을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 10위권 내 완성차 업체인 BYD, 창안자동차, 지리자동차 등은 지난해 한국 업체들과 자동차부품 공급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도요타, 혼다, 닛산, 스바루 등 자국 부품을 고집하던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한국 부품업체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데 이어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부품 업체 물색에 적극적이다.
일본정책투자은행(Development Bank of Japan)은 지난달 19일자 ‘한국 부품업체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업체들이 세계 유수 완성차 업체로 자동차부품 공급을 늘리고 있는 것은 한국 부품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상위 업체는 물론) 스위치, 금형 등 범용품 관련 한국의 하위 부품업체 제품도 품질의 안정성 면에서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어 이들 부품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지원과 완성차 업체의 상생노력이 비결
한국 자동차부품의 급성장에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크게 기여했다. 우리 정부는 2001년 부품·소재발전 기본계획, 2009년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 등의 정책을 통해 자동차 부품산업 발전에 힘을 쏟았다.
세계 주요 국가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도 한국산 부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한·미 FTA와 한·EU FTA 체결에 따른 자동차부품 관세 철폐로 한국 자동차부품의 해외 수출이 유리해진 것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에서 현지 생산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의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한국 완성차 업체, 특히 현대·기아차도 한국산 자동차부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방침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부품업체들에게 높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했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품질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함으로써 협력업체의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현대·기아차는 또 해외 진출 시 협력업체와 동반진출을 적극 추진했고, 부품 협력업체들이 다른 글로벌 유수 업체로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공급처 확대를 통해 협력업체가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토대로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는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1차 협력사 외에 직접 거래관계가 없는 2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협력사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현대·기아차는 적극적인 상생 노력을 통해 부품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돕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완성차 업체의 상생 노력, 부품업체의 자체 경쟁력 강화 등이 더해지면서 한국 자동차부품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이 글로벌 상위 수준으로 올라선 만큼 세계 주요 업체들의 한국 자동차부품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수 기자 rws81@da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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