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LOOK] ‘성장’ 대신 ‘생존’ 선택한 철강 산업
원료 가격 및 철강 시황 변동성 확대 등 불안요인 상존
지난해 세계 철강산업은 자원버블 조정에도 불구하고 강재가격 하락 등으로 철강사 수익이 급감함에 따라 구조 조정 및 원가 절감 활동을 본격화했다. 올해 역시 글로벌 경제 위기가 계속되면서 원료 가격 및 철강 시황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경영환경의 불안요인이 상존해 ‘성장 추구’에서 ‘생존 우선’으로의 철강산업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연초 세계경제는 유로존의 재정위기와 중국 등 신흥개도국의 성장 둔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2.4%의 저성장이 예상됐다. 선진국은 유로존의 생산 약세와 미국의 고용 및 소비 회복세의 부진으로 인해 1.3%의 낮은 성장률을 시현했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도 대내외 수요 약세로 과거 대비 성장세가 둔화돼 5.6%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역시 주요국의 재정여력 약화,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4%의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철강 생산능력 과잉…어려움 가중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 회복이 지연되고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세계 철강산업은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과잉능력은 심화돼 생존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 Worldsteel)는 지난해 세계 조강 수요는 1,520백만 톤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하고 생산은 1,533백만 톤으로 0.6% 성장에 머문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 수요 증가율은 북미 7.5%, 중남미 3.8%, 중국 2.5%, EU △5.6%이고, 주요국 생산 증가율은 인도 3.1%, 한국 3.0%, 중국 1.7%, 일본 0.3% 순으로 나타나 저조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철강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신흥개도국은 철강설비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어 철강 생산능력 과잉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효율적인 과잉 생산능력을 초래하는 정부의 지원과 무역제한 조치 등이 통상마찰과 철강사의 수익성 악화 등과 같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OECD는 세계 조강 생산능력은 2000년 1,079백만 톤에서 2012년에는 2,053백만 톤으로 배로 늘어나 과잉능력이 521.9백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조강 생산능력·생산량 및 가동률 추이(능력 OECD, 생산량 Worldsteel)
신흥국 중심, 해외시장 공략 가속화
A-Mittal 출범 이후 성공의 방정식처럼 여겨졌던 생산규모 확대 전략은 경기침체와 과잉능력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실제 A-Mittal, TKS, 신일철 등 다수의 철강사는 수익이 악화돼 설비 폐쇄 및 매각, 경영통합 등 특단의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또한 과거 경영변수로 작용하던 원가 절감이 상수화되면서 영업이익 감소분을 극한의 원가 절감을 통해 만회해 보려는 자구책이 철강사들의 경영 트렌드로 정착되고 있다. 철강사별 여건에 맞는 전사적 원가 절감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A-Mittal도 행정?지원 부문 인원을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재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최근 인도, 동남아 등 철강수요 잠재력이 높은 신흥국 수요 선점을 위한 글로벌 철강사들의 현지 투자 및 수출 확대 경쟁도 점점 격화되고 있고, 또 중국 의 경제성장 둔화와 공급능력 과잉 등으로 내수보다는 아시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생산, 판매 Shift가 향후에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구미 철강사들은 아시아 시장 이외에도 아프리카, 남미, 중동 등 다양한 신흥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교두보 확보를 위한 사업 전개를 활발히 하고 있다. A-Mittal은 사우디아라비아에 Seamless Pipe 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Evraz는 남아공 SASM의 지분을, Severstal은 남미 지역 단압Mill 인수를 각각 추진하고 중에 있다.
지난해 철광석 및 원료탄의 연평균 Spot 가격은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침체 영향 등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 35% 하락했다. 강재 가격은 2011년 평균 813달러/톤(미국 HR Coil 기준)에서 2012년 723달러/톤으로 전년 대비 약 1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사 수익력도 약화돼 보강, US스틸, SAIL 등 주요 7개사의 지난해 3/4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3.7%로 전년 동기의 6.4% 대비 감소하는 등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요국 경기 부양 힘입어 소폭 상승 기대
올해 세계 철강경기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소폭이나마 회복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조강 생산은 전년 대비 2%대 수준으로 증가하고 강재 평균가격 상승률은 4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3% 수준으로 소폭 회복할 전망이다. Financial Times는 최근 조사에서 각 전문기관의 Analyst별로 강재가격 전망에 대한 시각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올해 철강 경기 불확실성을 반증한다고 밝혔다.
올해 원료 가격은 기상이변 등 공급차질 요인과 각국 생산증대 등 공급확대 요인이 혼재하면서 변동 폭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철광석 가격은 중국의 수요 회복, 공급 타이트 해소 지연, 투기 수요 등의 영향으로 급등락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1월 첫째 주 중국의 철광석 스팟 수입가격은 재고감소와 투기수요 증가 등으로 작년 12월 평균 대비 18% 상승한 톤당 154달러를 기록했다. 원료탄 가격은 미국과 몽골의 원료탄 수출 증가와 같은 공급 확대 요인 등으로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석탄업계는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따른 연료탄 수요 부진과 경영난 타개를 위해 원료탄의 생산 및 수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 세계 철강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재무건전성 강화와 함께 신흥시장 중심의 글로벌 전개 및 판매, 기술 경쟁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즉 원가 절감 및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고급 강재 분야의 기술 차별화와 신흥국 수요 확대에 힘입어 활로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한?중?일 등 동북아지역 철강업계는 역내시장 침체 및 성장 둔화에 따라 내수시장 확보 경쟁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성장시장 확보 경쟁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명의 기자 cho.me@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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