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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보][ECONOMY]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되나 경영 환경 어려움은 ‘가중’

[ECONOMY]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되나 경영 환경 어려움은 ‘가중’
신흥국들과의 경쟁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신흥국 수출 줄어들 전망

최근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하락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경기 회복돼도 기업 성과 개선 쉽지 않다’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신흥국들과의 경쟁과 함께 세계 교역 둔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성장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편적으로 기업경기는 실물경기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다. 2010년 이후 세계 및 국내경기의 하향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경기도 계속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기업의 매출성장률은 달러기준으로 -1.4%로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7.8%로 전년 동기 8.3%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도 올 상반기 원화 기준 매출성장률이 지난해 3.8%에서 -1.1%로 크게 하락했다.

세계 경기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 추이
생산 활동의 상당 부분을 기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경기가 실물경기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경제성장 초기에는 일차산업의 비중이 크고 자영업 형태로 운영되는 개인서비스 비중이 높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고 생산 방식도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생산 효율성이 높은 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계경기와 기업의 매출 성장률을 살펴보면 시기별로 다소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우선 1990년대에는 세계경기와 기업의 매출 성장률의 관계가 뚜렷하지 않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까지 세계경제 성장세는 높아졌지만 기업 매출은 증가세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경제 성장률과 기업 매출이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기업매출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대부분 기간 중 큰 폭으로 상회한 바 있다. 2000년 이후 리먼 쇼크가 발생전까지인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글로벌 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9.5%를 기록해 1990년대 평균 6.6%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영업이익률도 평균 7.2%로 1990년대의 5.9%보다 높아졌다.

지역별 경기와의 관련성을 보면 2000년 이후 글로벌 기업의 성과와 신흥국 경제 간의 유사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신흥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신흥국 기업이 점차 글로벌 상위기업으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신흥국 기업들은 대부분 산업 부문에서 빠르게 비중을 높여왔는데 특히 철강, 화학, 정유 등 자원 에너지 부문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다.

이와 함께 선진국 기업들도 신흥국에 대한 수출을 빠르게 늘려가면서 신흥국 경제가 글로벌 기업의 매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2000년대 세계적 호황기간 중 글로벌 기업의 성장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상회할 수 있었던 가장 주된 원인은 중국 등 신흥국의 고성장과 함께 세계화에 따른 분업구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교역 증가율(명목기준)은 11%에 달했다. 대부분의 교역을 담당하는 주체인 글로벌 기업들은 국가 간 거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선진국 수입과 신흥국 수출 확대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세계교역을 늘리면서 기업경기는 유례없는 초호황기를 맞게 된 것이다.

2000년대 글로벌 기업은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한 상황이었다. 2000년대에는 원자재 가격이 낮게 유지되면서 생산비 부담이 크지 않았다. 국제유가는 2000년대 초반 배럴당 50달러 이내로 안정됐으며 2007년까지도 배럴당 70달러 내외에 머물렀다. 이와 함께 노동비용도 낮게 유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경기 둔화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기업들의 성과 관련 지표들이 빠르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경기 호황기와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시기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4%대 초반으로 유사했다. 그러나 경기호황기에 기업의 평균 성장률은 8.4%였던 것에 비해 금융 위기 이후 경기회복 시기에 기업의 평균 성장률은 3.4%로 낮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 성과의 회복력이 낮아진 배경에는 호황기 기업 부문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경영 환경들의 변화가 있다.

우선 글로벌 불균형의 조정으로 세계경제 성장세에 비해 교역이 부진한 현상이 금융위기 이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들이 수입을 늘리기보다는 자국생산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흥국에 대한 직접투자도 계속 둔화됐다. 실제 최근 미국경기의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수입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흥국의 임금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돼 선진국과의 생산비 격차가 계속 좁혀지면서 신흥국의 가격경쟁력에서의 비교우위가 줄어들고 있다. 적자 확대가 국가 신뢰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자국산 수요를 중시하는 움직임들이 확대되고 있다.

신흥국의 저임금 메리트도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빠른 고용 확대로 추가적인 노동력이 세계시장에 진입하는 속도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크루그만 교수는 최근 중국이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임금이 크게 늘어나야 하는 시점인 루이스 전환점(Lewis Turning Point)에 도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이미 2000년대 중반에 비해 훨씬 높아진 배럴당 100달러 대를 유지하고 있어 생산비 부담은 과거에 비해 커졌다.

국내 기업 수익성 환율 영향 커져
국내 기업의 성장률도 글로벌 경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2000년 이후 한국기업의 매출 성장률과 세계 경제성장률은 보다 높은 관련성을 가지게 되었다. 지역별로 보면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아진 2000년대 이후 국내 기업 성장률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경기와 연관성이 더 높아졌다. 국내기업 달러화 기준 매출의 변동성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이는 국내기업의 매출이 국내외 경기뿐 아니라 원화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낮게 유지되는 시기에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수출이 크게 늘면서 기업매출이 늘어나고 원화가치가 높은 시기 중에는 매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원화환율의 변동성이 경기변동성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국내기업의 매출은 원화환율과 거의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기업의 매출변동성이 글로벌 기업보다 크게 나타나는 데에는 환율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의 성과 중 두드러지는 부분은 이익률의 하락 추세다. 글로벌 기업이 경기와 높은 연관성을 보이며 이익률이 꾸준히 상승한 반면 국내 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1991년 7.6%에서 꾸준히 하락해 2000년 6.4%로 낮아졌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하락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세계적 호황기 중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률은 상승했으나 한국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하향세를 지속한 바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는 기업수익성이 급격하게 저하돼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률이 2000년의 절반 수준인 3.6%까지 크게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의 수익성 하락은 원화의 절상기조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원화 절상은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원/달러 환율은 2001년 평균 1,290원에 달한 후 꾸준히 하락해 2007년 10월 916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원화가 크게 절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선진국의 기업들보다 크게 낮아졌다. 원화환율은 2009년 평균 1,276원까지 절하됐으며 2010년부터 완만하게 절상됐지만 최근까지도 달러당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신흥국 기업과의 경쟁으로 수익성 하락
금융위기 이후 원화 절하에도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선진기업들보다 낮아진 중요한 요인으로 중국 등 신흥국 기업과의 경쟁압력 심화를 들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상위기업 중 신흥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기업 수나 매출액 측면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 기업에서 신흥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했다.

그 중 중국은 5개 기업이 전체 매출의 0.6%를 차지했고, 같은 해 한국 기업은 42개 기업이 글로벌 상위 기업에 포함돼 매출 기준으로는 신흥국 전체의 매출 비중과 비슷한 3.1%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신흥국 기업들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2012년에는 신흥국 기업의 매출 비중은 17%, 이중 중국이 7.2%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 기업의 비중은 2000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은 4% 수준에 머물렀다.

신흥국 기업들은 주로 자원에너지 분야에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2000년 자원에너지 부문에서 13.4%의 비중을 차지했던 신흥국 기업의 비중이 2012년에 31%로 무려 17.6%p나 증가했다. 특히 중국은 2000년 이후 고정자산투자 및 인프라 투자 확대로 철강소비량이 크게 증가해 전체 철강 산업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기준으로 17%에 이른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기업은 우리의 주력산업 부문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00년 만해도 전기·전자 산업의 상위 기업에서 신흥국 기업을 찾기 어려웠으나, 2012년에 와서는 5%로 그 비중이 확대됐다. 전기·전자 산업의 신흥국 기업은 대부분 중국 기업으로 2002년 종합가전 기업인 TCL이 처음 매출 상위 2000개 기업에 이름을 올린 이후 2012년에는 중국 기업이 16개나 랭크됐다.

중국 전자 산업은 중국 경제의 성장과 정부의 지원 정책에 힘입은 내수시장의 성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초기에는 기술력보다는 원가 경쟁력이 중요했던 백색가전 중심 기업(Haier, Midea, Gree 등)들이 전자 산업의 성장을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휴대폰, TV 등 한국, 일본 및 선진국 기업들이 중심이 됐던 분야에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도 2000년 이후 급성장했다. 2000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00만 대 수준이었는데 2012년에는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1,900만대를 넘어섰다. 글로벌 2000 기업에 포함되는 상하이 모터스 같은 중국 로컬 자동차 브랜드는 자국 내 점유율을 높여갈 뿐 아니라 수출 또한 꾸준히 늘리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2000년대 영업이익률이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의 주력 부문에서 급성장하면서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고,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도 타격을 받게 됐다.

경기 회복 기대돼나 경영 환경 어려움은 증가
국내외 경제는 하반기 이후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위기 이후 부채 축소 등 구조조정이 꾸준히 진행된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이 경제 성장을 재개하면서 세계경기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국내경제도 수출이 호전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상반기 크게 부진했던 국내기업 경기도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업 경기의 회복 속도는 빠르지 못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인 기업경기 둔화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글로벌 리밸런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진국 수요가 늘어도 세계교역이 크게 늘기보다는 자국 내 생산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일본과 경쟁 정도가 높은 우리 기업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일본 기업이 상반기까지는 그동안의 낮은 수익성을 보충하기 위해 엔저에도 불구하고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낮추지 않았지만 기업이익률이 높아지면서 최근 단가를 떨어뜨리는 등 본격적인 가격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다. 일본과 경합도가 큰 철강, 석유화학, 기계류 등을 중심으로 엔저에 따른 매출 둔화 및 수익성 저하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후발 신흥국과의 경쟁도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중반에는 세계경기 호황, 금융위기 이후에는 원화약세에 따른 수혜를 누렸던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세계경기의 미진한 회복과 함께 원화 강세를 유지함에 따라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재선 기자 inspi06@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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