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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보

[ECONOMY] 엔저 6개월, 기계·전자 산업 ‘주춤’

[ECONOMY] 엔저 6개월, 기계·전자 산업 ‘주춤’
조선, 엔저 영향 전혀 받지 않아 ‘굳건’

 

 

엔저 본격화 이후 약 반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엔저가 국내 기업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 일까. 엔저가 영향을 미치는 배경과 관련, 70% 이상의 기업이 국내 혹은 제3국 시장에서 일본기업과의 경합관계를 지목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화학,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에서 특히 국내 혹은 제3국 시장에서 일본기업과 경쟁 관계인 비율이 높았고 반도체와 철강 업종에서는 대일 수출에 따른 영향 역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엔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주력 제조업 내 업체들 중 엔저의 실제 충격이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KIET, 김도훈 원장)은 ‘엔저의 영향과 대응: 기업 조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엔저가 기업 활동에 미친 영향과 대응을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전자·기계·자동차 업종에 큰 영향
먼저 엔저의 영향 유무에 대해, 전체 응답기업의 45%는 엔저가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고, 이중 12%는 ‘심각한 영향’, 33%는 ‘약간 영향’으로 평가했다. 반면 32%는 ‘아직 영향이 없으나 엔저 지속 시 영향’을 예상했고, 23%는 ‘엔저와 무관’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전자(54.5%), 기계(51.3%), 자동차(51.2%)에서 엔저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응답한 비중이 높게 나타난 반면, 조선(56.8%)에서는 ‘엔저와 무관’을 응답해 엔저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41.5%)보다 대기업(56.8%)에서 ‘이미 영향’을 응답한 기업이 많고, 반면‘엔저와 무관’을 응답한 기업 비중은 중소기업이 높았다.
'이미 영향’을 응답한 기업 중에서 ‘심각’을 응답한 비중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높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수출비중이 높은 점, 중소기업이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점 등을 반영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출 감소>채산성 악화>수입비용 절감 순
엔저의 영향은 ‘수출 감소’(39.7%), ‘채산성 악화’(21.6%), ‘수입비용 절감’(20.9%)의 형태를 보였고 엔저가 수출에 미친 영향은 수출단가 하락(22%)보다 물량 감소(37%)가 많았다.
기업의 약 38%는 엔저에 따른 부품소재 조달단가 하락을 응답해, 엔저의 긍정적 효과도 비교적 폭넓게 존재함을 시사했다. 동 효과를 응답한 기업들의 평균 조달단가 하락률은 약 4.8%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도 기계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당사 또는 납품처의 수출 감소’에 가장 많이 응답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조선, 화학 등에서 수출 감소를 응답한 비율이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기계(30.0%)와 정밀기기(33.3%)의 경우 ‘수입비용 절감으로 채산성 개선’을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이는 기계나 정밀기기의 경우 핵심 부품 등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저 대응 품질 경쟁력 제고 우선, 환 리스크 대응은 취약
환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는 대응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이 약 27%에 달해 기업들의 환 변동 대응능력이 전반적으로 취약함을 드러냈다.
다음으로 응답비율이 높은 ‘결제 통화 다변화’는 국내기업이 일방적으로 실행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현실성이 높지 않음을 감안하면, 응답기업의 약 절반이 환 리스크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대응이 어려운 이유로 ‘환변동성 예측의 어려움(46.6%)’,‘ 전문 인력부족(22.2%)’ 순으로 지적했다.
대기업은 ‘선물환 거래(25.7%)’를 통한 대응이 가장 많았고, 중소기업은 환리스크에 대한 관리 및 대응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 29.3%)이 가장 많아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대응 취약성을 반영했다.
엔저에 대해 시행중이거나 계획 중인 대응방안으로는 ‘품질 및 디자인 경쟁력 제고’(27.8%), ‘대응계획 없음’(24.3%), ‘가격인하 검토’(21.6%)를 주로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대한 관리능력이 대체로 취약했고, 정부의 지원책으로 유동성 공급 확대, 수출 지원 인프라 강화 등을 요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엔저가 미친 충격, 당초 우려보다는 작은 것으로 평가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주력 제조기업의 12%만이 ‘심각한 영향’으로 응답한 점, 상당수의 기업이 엔저에 대해 별다른 대응계획이 없다고 답한 점 등으로부터, 엔저가 국내기업에 미친 충격이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보다는 작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조사결과의 배경으로는 한일 간 제품 차별화의 진전이나 부품소재 수입단가 하락의 상쇄효과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구원은 “향후 엔저 지속 시 일본기업이 엔저의 수출가격 반영을 확대한다든가 일본기업의 경쟁력 개선이 공격적 경영으로 나타날 경우, 엔저의 영향이 지금 체감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영건 기자 ayk2876@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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