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경쟁 아닌 협력 대상…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기대
프랑스 제2의 도시이자 전 세계 혁신도시 중 8위에 오른 프랑스 리옹시는 약 3년 전부터 급성장 중인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한국과의 협력에 나서면서 한국과 가까워졌다. 그 연장선에서 리옹대도시경제권(Grand Lyon) 공식방문단은 지난 7월 18, 19일 이틀간 한국을 방문해 경제․문화 분야의 협력 및 파트너십 개발을 위해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번 방문단과 동행한 프랑스로봇협회(SYROBO) 부뤼노 본넬(Bruno Bonnell) 회장을 만나봤다. |
Q.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과 주요 활동은?
A. 한국에는 1년에 1~2회 정도 한국의 로봇 전시회인 ‘로보월드(Robot World)’ 개최기간에 맞춰 방문한다. 보통은 한국 로봇 분야와의 학술적 또는 상업적인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이 그 이유이지만, 이번에는 리옹시의 제라르 콜롱(Gérard Collomb) 시장이 이끄는 리옹대도시경제권(Grand Lyon) 방문단에게 경제․문화 협력을 위한 파트너로서 한국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자 동행을 하게 됐다. 리옹시는 약 3년 전부터 로봇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세계 로봇시장을 이끌고 있는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으며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현재 프랑스로봇협회(SYROBO)는 한국의 KIR과 협력관계를 맺고 기술교류를 하고 있으며 유진기업이나 다사로봇과 같은 로봇기업은 물론 KAIST 등과 같은 대학들과도 파트너십을 맺는 등 폭넓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우리 협회가 주관하고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서비스로봇 전시회인 ‘이노로보(INNO-EOBO)’에 참가하고 있고, 우리 역시 ‘로보월드’에 프랑스관을 별도로 구성해 참가를 하고 있다.
리옹시의 제라르 콜롱 시장은 우리 협회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고 많이 궁금해 했다. 이에 방문기간 동안 로봇 분야에서 한국의 중요성과 한국 로봇산업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다.
Q. 이번 방문에서 기대할만한 성과가 있나?
A. 이번 방문은 이틀간의 일정이 예정에 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업무와 미팅보다는 리옹 방문단의 일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나는 프랑스로봇협회의 회장이기도 하고 로봇기업인 로보폴리스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프랑스 NTIC의 어드바이저(Adviser)로서 디지털 및 IT 분야에서 일종의 카운슬러 역할을 담당,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 전반에 대한 정보 제공과 상담 등을 통해 프랑스 정부와 조력하고 있다. 향후 일정으로 리옹 시장 및 방문단과 함께 KT와의 협력을 위한 면담 참석 등을 예정에 두고 있다.
사실 리옹은 프랑스의 제2도시이자 산업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덜 알려져 있는데, 이번 방문을 통해 리옹이라는 도시 자체를 알리는데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Q. 현재 이끌고 있는 프랑스로봇협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협회 설립 목적과 프랑스 로봇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는가?
A. 어떠한 전문분야에서의 협회 설립은 해당기업 및 분야의 주역들을 결집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프랑스로봇협회 설립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면 된다.
현재 우리 협회는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3가지 활동을 하고 있으며 모범사례 교환, 커뮤니케이션, 정부와의 관계로 요약할 수 있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첫째, 로봇 업계의 일부기업들은 보다 더 조직화된 다른 기업들의 경험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 협회의 정례총회나 임시총회 등과 같은 각종 회의에서 다뤄진 주제들을 웹사이트(www.syrobo.com)에 공개해 해당정보를 언제든지 접할 수 있고 교환도 할 수 있다. 로봇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우리 협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업들에게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 현재 로봇 업계의 사람들을 알리고 프랑스 로봇 산업을 지원하는 것 또한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예를 들면 현재 우리는 로봇 전문 전시회에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매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로보월드’에 프랑스관을 설치하고 10여개 로봇 기업들이 참가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작년에는 리옹대도시경제권이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시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학교나 교육기관과 함께 교육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로봇 분야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관심과 의지를 고취하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로봇협회는 업계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대표하는 조직이자 업계와 관련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정의하는 기관들과 교섭하는 조직이다. 윤리적인 문제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다.
Q. 현재 로봇산업협회의 회원사 현황은?
A. 회원사들은 서비스 로봇에 전념하고 있는 기업, 로봇공학 전문 실험실, 로봇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설립된 협회들, 로봇을 만드는 학교들 그리고 일반적으로 로봇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조직들로 이뤄져있다.
Q. 현재 프랑스의 로봇산업 규모와 특징,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평가해본다면? 또한 향후 로봇 산업의 전망은?
A. 프랑스의 로봇산업 규모는 세계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약 15만여 개의 청소기 로봇이 판매됐다. 프랑스는 물류, 교통, 교육 및 인간지원 분야의 다양한 로봇 기업이 활동 중이며, 로봇의 하드웨어보다는 프로그래밍을 위한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프랑스의 로봇 산업은 로봇 설계에 매우 적합한 종합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 다양한 기술을 통합하고 조립하는 능력과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프랑스 로봇 산업의 자산이다. 프랑스 정부는 미래의 전략산업으로 간주되는 로봇 분야에서 정부의 의지를 확고히 담은 ‘프랑스 로봇 이니셔티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리옹대도시경제권도 로봇 산업을 위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투자를 확대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리옹시가 미래의 도시 구현을 위해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의 형상화가 이를 증명한다.
Q. 로봇 산업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프랑스가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을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개방적이어서 프랑스가 다소 앞서 있는 소프트웨어는 물론 다양한 측면에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풍부한 협업(Collaboration)과 협력(Cooperation)이 가능하다. 일본은 로봇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국가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협업이나 협력 보다는 수출에 비중을 더 많이 두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력은 다양한 아웃풋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구체적으로 보더라도 한국의 유진로봇과 프랑스의 아워로봇이 힘을 합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례가 있다.
로봇 분야에서 한국은 하드웨어, 프랑스는 소프트웨어에 각각 강점을 갖고 있다. 만일 한국과 프랑스가 자신의 강점을 무기로 특히 리옹시를 통해 더 많은 협업과 협력을 이뤄낸다면 세계 로봇시장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것이라 자신한다.
리옹시의 경우 미국과 중국에 French Digital House라는 콘셉트를 운영 중인데, 이와 비슷한 한국 로봇기업들의 입주해 프랑스 기업들과 함께 연구개발을 한다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일종의 로봇센터 설립 같은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Q. 한국을 경쟁국가라 생각하지 않나?
A. 한국을 경쟁국가라기 보다는 협력국가로 생각한다. 한국은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제작하는데 기본원칙을 갖고 있고, 프랑스는 지능적인 면이나 소프트웨어가 강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쟁하기 보다는 협력하는 것이 두 국가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알다시피 로봇은 여러 분야의 매우 다양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어느 한 분야만 잘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서로 잘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살려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로봇 산업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궁금하다.
A. 과거 인간은 도구를 발견하고 기계를 만들었고, 이들의 힘을 빌려 인간의 삶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왔으며, 미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일 것이다.
현재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 조종사가 없는 비행기, 외과의사가 필요 없는 수술 등 로봇은 일상생활에 이미 많이 침투해 있으며 인간의 삶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스마트폰을 일상생활에 잘 활용하고 있듯이 이러한 변화는 기계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로봇 공학은 앞으로 인간의 삶뿐 아니라 도시의 삶도 변화시킬 것이다. 이미 ‘스마트한 도시, 그린 도시, 쾌적한 도시’를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고 리옹시 역시 많은 관심을 갖고 이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도시의 삶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로봇공학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인류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우리는 지금 그 변화의 시기에 와 있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변화를 목격할 수 있으며, 그러한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명의 기자 cho.me@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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