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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보

[INTERVIEW]_(주)백양씨엠피 이정한 대표, 금녀의 공간에 도전장

[INTERVIEW]_(주)백양씨엠피 이정한 대표, 금녀의 공간에 도전장
금속 임가공분야 석권한 ‘鐵의 여인’

산업계에도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맹렬사원으로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는가 하면 중요한 포스트에 여성들을 내세우는등 여성들의 잠재력과 능력이 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벤처기업의 절반은 여성들이 팀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일에 있어서는 ‘금녀의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국내 산업설비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무기로 남성CE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주)백양씨엠피 이정한 대표를 만났다.

 


“여성은 직장의 꽃이 아닌 첨병이다”

“여성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승진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일뿐 아니라 광고회사의 톡톡튀는 카피라든가 영화사의 홍보는 여성들의 머리에서 나온다. 대기업에도 여성 이사들이 등장하고 정치계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은 이제 직장의 꽃이 아니라 첨병이나 다름없다. 여성들도 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얼마든지 승진할 수 있고 성공한 CEO가 될수 있다”

이정한 사장은 대표적인 여성 CEO다. 산업현장에서 남성조차 하기 힘든 기계금속 가공을 척척 다룰 정도로 ‘철의 마술사’로 불린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적인 기업인으로 평가받는 그는 철재 임가공 분야 유일한 여성기업인이기도 하지만 제품 품질과 노사 일체감 조성 등 경영혁신 활동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실현한 점에 대해서는 동종업계에서도 모두 인정할 정도.

현재 임가공 분야 성공을 토대로 반도체 장비 판금, 특장차 케이스, 설치용 금속탱크, 철구조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CEO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CEO가 됐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백양CMP는 지난 1988년 레이저 기술의 연구개발, 자동화 실현의 높은 가치 창출, 최고의 품질이 우선이 되는 기업이라는 이념을 토대로 설립됐다.

급속히 변화하는 산업 현실 속에 신기술 개발만이 기업의 경쟁력이라 판단한 이정한 대표는 21세기를 주도하는 선진 레이저 가공 및 자동화 기술창출을 위해 의욕과 패기, 실전과 경험으로 짜인 전문 기술인들을 모았다.

반도체 및 LCD, 공장 자동화장비 등의 프레임 제작 및 판금 레이저 가공으로 지난 1999년 벤처후레임의 상표등록과 조립식 박스와 커버제작공법에 대한 실용신안 및 특허출원, 수출을 위한 ISO 9002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2000년과 2003년에는 독일의 최신레이저기인 TRUMETIC TC L6030과 TRUMETIC TC L3020까지 도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나 LCD, 공장자동화 장비는 물론 특수차량, 건설현장 철구조물 공사까지 사업영역을 다각화했다. 이 대표의 근성은 멈춤이 없다.

산업협력으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 임가공 분야에만 매달렸던 주문생산 방식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체브랜드 개발과 국내에서 수입에만 의존하는 포장기계를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공장 자동화에서부터 식품기계설비, 금속판재 레이저 가공, 판금 제작 및 전문 건설까지 그 분야를 넓히고 있는 이 기업의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모아지는 이유는 직원관리에 있다.

부하 직원들에게 엄한 상사이기보다는 자상한 누나이자 언니의 역할을 자처한다. 하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웬만한 남성들도 혀를 두를 만큼 독종이다. 남성CEO들도 힘들다고 하는 철판업 가공 분야의 첫 여성CEO로 성장하기까지 경쟁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 남들보다는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대표는 “새로운 것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성취감이 사업의 매력”이라고 피력했다.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여성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좌절을 겪기도 했고, 부도를 맞아 회사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도 발생했다. 여성CEO를 바라보는 편견때문에 생채기도 났지만 굴하지 않는 강인함과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기업정신으로 ‘철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무엇보다 혹독한 경쟁 속에서 난관을 헤쳐 나간 비결에 대해서는 “실패와 성공을 하면서 옆에서 같이 웃어주고 울어주던 동료들이 있었기에 하나 둘 기반을 닦을 수 있었고 함께 내일을 꿈꿀 수 있었다”고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성공 이유를 묻는데 다른 건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거짓 없이 보여줬을 뿐이고, 이익이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투자와 직원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사원들이 전사적으로 멀티플레이가 됐다”며 나름의 노하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주들이 사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시간만 때우고 월급이나 타가는 직원들이 아니라 기업의 매출을 신장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맹렬사원들”이라며 “이들은 기업만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도 이루어낼 수 있으며 새롭게 창업해 성공을 거두는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재삼 강조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는 주문자가 대충 설명만 해도 무엇을 원하는지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정도라는 그는 제품의 기준에 맞춰 소비자가 제품을 찾는 게 아니라 소비자 기준에 맞춰 제품을 주문,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하기에 맨투맨 영업방식을 따르고 있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가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해안과 통찰력으로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 정신이 중요하다는 이 대표는 배움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아 각종 조찬이나 강의 참석, 2011년 한양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할 정도로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열의를 보였다.

이런 열정은 결국 현장에서 더 진가가 발휘되는 백양의 든든한 수장 역할도 톡톡히 한다. 급하면 대표가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서 절곡, 용접까지 하는가 하면 직접 트럭을 운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정한 대표는 오히려 “쇠붙이 가공에 있어서는 남성보다 오히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필요하다”며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사회적 통념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일을 하는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어필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섬세함이 지금의 백양씨엠피를 건재하게 끔 한 원동력”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경기지역만 해도 수백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많지만 이 가운데 여성기업 비율은 저조하다며 여성이기 때문에 거래처에서 부담스러움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마케팅에 치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기업 정보 등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얻어야 하는데 부담부터 작용하면 그만큼 사업하기 어렵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끈기, 열정과 함께 그 수상내역도 화려하다. 지난 2003년 시흥시 여성상, 2004년 경기 우수여성경제인상, 2005년 모범여성 기업인상(중소기업청), 2006년 벤처산업발전분야 표창(경기도지사), 2007년 노사화합분야 표창(조달청), 2008년 여성경제인 표창(기획재정부) 등을 수상했다.

게다가 경기도 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중소기업 기술혁신 협회와 한국산업기술 진흥협회 회원, 경기벤처협회 부회장은 물론 현재 한국실업배구연맹 회장을 등 각종 단체활동도 활발히 할 정도로 욕심이 많다.

올해도 ‘여성기업인상 인재경영상’ 수상까지 경사가 이어졌다. 늘 불가능하다는 일에 달려들어 결국 일을 성사시키고야 마는 뚝심이 있었기에 현재 ‘철의 여인’이라 불리며 산업기계, 수출, 반도체 장비 등 사업 다양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전략으로, 이제는 위기에 더욱 강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편 백양씨엠피는 정직과 신뢰를 강조하는 이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해 매출 60억을 기록했다. 국내 기계 및 임가공, 제작, 판금분야를 주도하고 있으며 올해 80억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안영건 기자 ayk2876@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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