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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보

[산업일보]황 폐기물로부터 고부가가치 신소재 합성

황 폐기물로부터 고부가가치 신소재 합성

100회 이상 충·방전에도 에너지용량 일정하게 유지

국제 공동연구팀이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황 폐기물에서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나 고성능 적외선 광학렌즈에 사용될 수 있는 황 기반 플라스틱 물질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는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황 폐기물에서 고부가가치의 신소재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차국헌 교수(지능형유도조합체 창의연구단), 성영은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 애리조나대학 제프리 편 교수 연구팀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교육부(장관 서남수)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WCU(World Class University)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고, 연구결과는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4월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 The Use of Elemental Sulfur as an Alternative Feedstock for Polymeric Materials)


원유 정제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연간 7백만 톤의 황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황 소비가 한정적인데다 가공성이 떨어져 재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다량의 황에 소량의 유기물질을 첨가함으로써 플라스틱처럼 가공이 용이한 황 기반 신소재를 개발했다. 황을 160℃ 이상으로 가열하면 플라스틱처럼 성형이 가능한 열가소성 물질이 된다. 하지만 온도를 낮추면 다시 거칠고 잘 부서지는 본래의 황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활용가치가 낮았다. 연구팀은 다량의 황에 소량의 유기물질을 첨가해 가열하면 황 라디칼이 사슬처럼 연결되는 과정에서 유기물질이 함께 결합해 그물구조를 만들어 상온에서도 본래의 황으로 돌아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플라스틱 성질을 유지함을 알아냈다. 

나아가 이 물질을 고용량 리튬-황 배터리의 전극 소재에 활용할 경우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저장용량이 최대 7배 이상 크지만, 충․방전의 반복에 따라 황이 전해질층으로 녹아 나와 배터리 수명이 단축되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물질은 그물구조로 인해 황의 전해질로의 누출을 방지해 100회 이상의 충․방전에도 에너지용량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가공성이 높아진 황 기반 플라스틱은 임프린팅을 이용해 마이크로미터 규모의 패턴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고 황의 높은 굴절률을 이용한 적외선 광학렌즈 등으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황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개선하고 가공성을 대폭 개선해 폐기물 처리로 곤란을 겪고 있는 황을 배터리 양극소재 등 에너지 관련 신소재의 주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향후 화학 패러다임을 녹색화학(Green Chemistry)에서 황색화학(Yellow Chemistry)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의 기자 cho.me@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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